‘Race Mechanic이 되는 길’ 이란 주제로 기사를 부탁한다는 제의를 받았을 때, 다른 어떤 주제보다도 난감함을 느꼈다. 남도 아닌 내가 Mechanic을 하고 있으면서도 당황하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결코 쉽지 않은’ 길이고 ‘찾기 힘든’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첫 회에는 실제 Mechanic이 되는 길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것들, 내가 Mechanic이 된 과정을 먼저 소개하고 싶다.
1995년 2월 6일 ‘Cam Sonic' Racing Team의 Mechanic이 되었으니 이제 나도 Mechanic 8년차(?)이다. 내가 너무도 사랑하고 만족하는 이 일을 하면서 너무나도 서럽고 안타까운 일이 있다.
3일 밤을 새우며 일했을 때 느끼는 감정도 1등으로 달리고 있다가 스핀하며 리타이어할 때의 슬픔도 아니고, 한여름에 시간이 없어 씻지도 못해 내 몸에서 나는 쉰 냄새도 아니다. 그건 바로 Mechanic이 되겠다고 받아달라며, 혹은 길을 가르쳐 달라며 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Mechanic인 내가 권유하고 안내해 주지는 못할망정 ‘포기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왜 일까? 나름대로의 핑계는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내 책상에 쌓여 있던 수십 장의 이력서와 내게 걸려 온 수십 통의 전화, 나를 찾아온 수십 명에게 난 건방지게도 한결같이 이야기했다. 포기하라고, 내가 왜 그랬을까? 그 친구들이 열심히 해서 성공하면 배 아프니까? 내 경쟁 상대가 될까봐? 적어도 모터스포츠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없으리라 믿는다.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을 몇 가지 말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 나라에는 현재 Mechanic School 이란 것이 없다. 바꿔 말하면 Mechanic이 되기 위한 ‘정도’(正道)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되고 싶어도, 하고싶어도 누구 한 명 가르쳐 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둘째, 현재 우리 나라의 Mechanic들이 차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너무도 안 좋은 환경에서, 너무도 안 좋은 조건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좋은 환경에서, 매우 좋은 조건으로 일을 하고 있는 이들도 많지만, 전체에서의 비율을 보면 그다지 높은 것은 아니다.
셋째, 경험상 끝까지 일하는 이들보다는 포기하고 떠나는 이들이 더 많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큰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이 상상하던 것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선수만큼은 아니지만 circuit에서 경기 중에 보여지는 Mechanic의 화려함을 보고, 그 모습만을 생각했는데, 실제의 생활은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에게 ‘Mechanic이 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이들(백 명은 더 된다 ㅠㅠ)에게 이 자리를 빌어
진정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얼마전 자동차가 아닌 시사 주간지와의 인터뷰기사가 나간 적이 있다.(그 기사를 보고도 역시 몇 명이 연락해 왔다) 그 기자는 Motor Sports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분이었다.
내가 이러한 것이 가장 서글프다고 하자 그 기자는 내게 후일 술자리에서 ‘너무 건방진 것 아니냐?’며 꾸짖는다.(인터뷰 후 호형호제하는 관계가 되었다.)
그들의 열정이 내가 처음 시작할 때의 그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느냐며,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이 길을 걸었다면 국내 모터 스포츠가 지금의 모습과 다르지 않겠느냐고 한다.
나는 그들에게 방법을 제시해 주기만 하면 되고, 성공의 여부는 그들의 책임인데 왜 시도조차 못하게 하느냐 한다. 그랬다. 그분이 말에 틀림이 없었다. 난 그들의 기회마저 짓밟아 버린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머리를 무엇으로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그 이후로는 내 자세가 바뀌었다.
사실 나의 꿈은 우리 나라에 ‘Mechanic School'을 세우는 것이다. 이 꿈은 1995년부터 한 순간도 흔들리거나 변하지 않았다. 내가 많은 이들에게 포기하라고 종용한 것은 정도를 제시해 내 꿈을 실현시켜 조금이나마 ’속죄‘를 대신하고싶다.
나는 1990년에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에 입학했다. ‘삼수해서, 후기에, 2지망’으로 입학을 해서 그런지 그 어려운 학문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대신에 어려서부터 꿈이었던 ‘자동차’에 묘한 매력을 느꼈다. 방향이 지금과는 달랐다. ‘자동차 디자인’에 끌려 반드시 ‘베르토네’ 나 ‘주지아로’ 같은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어 내 자신의 ‘카로체리아’를 갖고 싶었다.
많은 시간을 ‘산업디자인과’에서 보내며 3학년 때, 당시 우리 나라에서 유일한 자동차 디자인 화실을 운영하시던 분에게 찾아갔다. 그 분 말씀은 6개월 간 그분과 같이 생활하며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고 영어는 스스로 해결하면 미국의 ACCD(Art Center College Of Design) 입학은 확신한다고 하셨다.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을 하고자 하면 학교를 포기해야 하는데... 결국은 자신과의 타협에 들어갔다. 이 일을 해서 정말 성공하면 무엇이 될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국내 자동차 회사의 ‘디자인 실장’ 이었다. 국내에선 자동차 디자인 회사는 먼 훗날의 일이라며. 미국에 가면 어머님은 누가 모시냐며... 솔직히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대학교 졸업장’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 나라 사회에서 기껏 들어간 학교의 졸업장을 포기할 용기가 없었다.
자동차에 관련된 일은 하고 싶은데, 디자인은 안되고... 그 때 내가 처음으로 알게 된 분야가 ‘튜닝’ 이다. 바로 마음을 정하고 ‘튜닝’ 에 관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엔진오일을 왜 교환해야 하는지도 모르던 “자동차의 Mechanism에 관한 ‘백치’ 였다.
먼저 ‘자동차를 알자’고 마음을 먹고 4학년 때는 ‘정비학원’을 다녔다. 당시 계획은 학교 졸업과 동시에 ‘카센터’에 취직해 1년 정도 차를 아는 기간을 갖고 ‘튜닝’을 공부해 3년 정도 후에는 내 자신의 ‘튜닝샾’ 을 갖는다는 약간은 막연하지만 당시로선 매우 ‘설레는 꿈’이었다.
하지만 첫 걸음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졸업 후 카센터를 돌아다니며 일하고 싶으니 써달라고 말을 하는데 받아주는 분이 없었다. 약 60군데에서 거절당했다. 첫 번째 이유는 나이가 많다는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대학’을 나왔다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내 꿈을 접어가며 지켰던 ‘졸업장’이 걸림돌이 될 때도 있구나.
조금씩 지쳐갈 6월초에 양재동의 한 카센터에서 마음씨 좋은 사장님 한 분이 받아주셨다. 내게 은인이 되어 주신 분이다. 사장님과 나보단 3살이 어린 ‘기사’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이 함께 일했다. 틈틈이 책을 보며 공부했지만 ‘막내’인 나로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처음에 엔진오일 가는 법과 타이어 펑크를 때우는 일을 배웠고 이 일들만이 내가 하는 일이었다. 조금씩 지루함과 불안감이 스며들었다.‘튜닝’ 이란 것이 실체도 모르겠고, 우리 나라에 하는 곳이 잇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이 때 한 자동차월간지의 광고가 내 눈에 번쩍 띄었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안 나지만 내용은 이랬다. ‘튜닝에 대해 알고 싶으십니까? 연락 주세요.’ ’Cam Sonic' 의 사장님이었던 이영배 감독님과 통화가 된 건 20통 이상의 전화를 한 이후였고 그 이후에도 감독님과 20통의 전화를 한 뒤인 10월쯤에야 만나볼 수 있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약 3시간정도 이야기를 하며 내가 모르던 세계에 대해 알 수가 있었다.
바로 그 날 사무실에서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본 Racing Driver인 이승헌 선수(현재 E-Rain 사장님)를 만났고, Cam Sonic이 Racing Team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감독님의 ‘같이 일해 봅시다’ 란 말이 사무실을 나와 집에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내 귀에 울렸다.
하지만 감독님을 만나보고도 4개월 정도를 더 기다린 후에야 일을 시작했다. 카센터는 6개월이 지난 12월에 그만 두었고 1달 반 정도를 다시 ‘백수’로 기다린 것이다.
그러니 내가 용인에 처음 내려온 날 1995년 2월 6일을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이처럼 나의 ‘자동차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이때를 생각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 고.
다음 회에선 본격적인 Mechanic 생활이 시작된 이후 호주 유학과 다시 국내 팀으로의 복귀부터 이야길 하겠다.
끝으로 당부의 말씀을 한마디 올리고자 한다. 나도 쉽게 Mechanic 이 된 것은 아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게 연락을 해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
우리 팀의 Web Site(www.endlessrain.com)를 비롯해 많은 Site에 Mechanic 이 되고 싶다는 글들이 올라온다. 꼭 알려달라며... 바로 아래 글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그 만큼 ‘하고자 하는 열정’은 있을지 몰라도 ‘실질적인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요즘은 인터넷 덕분에 알고자 하는 정보를 앉아서 다 얻을 수 있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부디 열정만큼 노력하는 사람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