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Motor Sports에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항상 독립하기를 바랬는데 이제야 이루어지는군요. 새롭게 탄생한 모터 스포츠 창간호(?)에 글을 싣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한편으로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끝내는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모터 스포츠 4, 5, 6월호에 '미케닉이 되는 길'이란 제목으로 글을 썼지만 실제 ‘미케닉’이 되기를 희망하는 분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싶지만 실제로 그럴 수 없는 것이 어쩌면 현실이다.
‘레이스 미케닉’. 현재 우리 나라에서 정말 되기 힘든 직업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도 ‘미케닉’들은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마음속 깊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못되겠는가? 앞서 말한 대로 교육기관 하나 없는 이곳. 대한 민국에서 ‘미케닉’으로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여러분, 그들을 위해서라도 한국의 모터 스포츠는 발전할 것이다.
‘이레인’ 팀에는 현재 10여명의 미케닉이 있다. 아마 단일 팀 규모로는 국내 최대가 아닐까 싶다(이중 일본인도 1명이 있다) 이들이 맡은 분야는 공통적인 것도 있고 분업화되어 있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엔진을 조립하는 담당 미케닉, T/M을 담당하는 미케닉, 서스펜션 전문 미케닉 등이다.
어떤 직업이라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분야에 소질을 가진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미케닉이란 직업은 한 분야를 잘 하는 사람이 다른 분야도 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몇 년 동안 많은 미케닉을 관찰(?)한 결과 그것은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알았다.
모두들 퇴근한 시간에 남은 쇳조각들을 모아 놓고 용접연습을 하는 이들이 있고, 깨져버린 엔진을 하루종일 연구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시작할 때의 열정은 어디 갔는지 모든 것을 귀찮아하는 이들도 있다.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필자의 집에는 레이스 관련서적이 나름대로 많은 편이다. 물론 거의 원서이다. 영어를 전혀 모르는 이가 책을 빌려 달란다. 영어는 몰라도 그 책 속에 있는 ‘레이스’의 분위기를 느끼며 그림과 사진만이라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이들은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굳힌다.
여러 차례에 걸쳐 말했지만, ‘바람직한 미케닉’이 되는 첫 번째 조건은 바로 ‘노력’과 ‘열정’인 것이다.
두 번째로 말하고 싶은 것이 새로운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이다. 차량의 전시를 위해 행사에 참가하다 보면 꼭 만나는 이들 중에 이런 분들이 있다. 포뮬러 르노를 전시한 부스 앞에서,,,, ‘ 이 차량은....’ ‘알아요F-3' '그게 아니라....’ '그게 그거예요' 남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설명하기까지 한다. 물론 '틀린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 분들 꼭 마지막에 하는 말 '미케닉이 되려면 어떻게 해요?'
미케닉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남의 지식은 전혀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차가 빠르면 '규정위반'이고 내차가 빠르면 '정통기술의 승리?' 우리나라는 아직도 모터 스포츠에 있어서 이제 걸음마를 벗어나려는 수준이다. 많이 아는 사람은 얼마나 알고 모르는 사람은 또 얼마나 모르겠는가? 시작 단계부터 절대 자신이 조금 아는 것을 자랑하지 말고 마음속 지식의 그릇을 크게 만들어 두길 바란다.
대부분의 이런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어리석음이 '준거집단'과 '소속집단'의 불일치이다.(어려운가?) 꿈을 크게 갖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지나쳐 자신의 수준은 FJ(Formula Junior , 포뮬러의 기초 클래스)도 소화하지 못하면서 머릿속에는 F1을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우습게 본다면 결코 발전 할 수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최고 클래스로 올라간 사람이 있겠는가? 자신의 현재 업무에 충실함으로써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세 번째로 말하고 싶은 것은 ‘대인 관계’이다. 자신의 선배, 후배, 동료들에게도 무수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미케닉이 되고 싶어하는 분들과 면담을 할 때 필자가 잊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우리 팀의 공장에 자주 올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경기 때도 오셔서 많은 모터 스포츠인 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십시오, 분명 기회는 옵니다’. 이 말을 실천한 이들은 현역 미케닉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그 후로 얼굴을 본적이 없다. 미케닉이 된 후에도 자신의 주위사람들을 통해 나날이 발전하는 이들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남에게 주는 사람은 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더 노력을 할 것이며, 끝까지 자신만의 ‘노하우’라고 안고 있는 사람은 거기서 머무를 것이다.
마지막으로 짧게 보지 말고 멀리 내다보기를 원한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좋아하는 단어가 pioneer(선구자)이다. 어떤 분야에서 ‘선구자’ 라는 말을 듣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또 있을까? 분명 아직까지 한국에서 모터 스포츠는 활성화되지 않은 스포츠 종목이고 열악한 환경이다. 바꿔 말하면 ‘개발’의 기회가 열려있고 ‘성공’의 주인공이 바로 당신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이다. ‘미케닉’이란 사람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면 그들 속에서 성공하기가 쉽겠는가? 지금은 위에서 말한 4가지를 충실히 실행하는 것만으로 성공이 보장되어 있지만 포화 상대에 이르렀을 땐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위에서 말한 4가지에는 어떤 분야에 종사하더라도 필요한 것들이다. 다만 필자가 ‘미케닉’이 되고 싶어하는 분들께 쓰는 글이다 보니 그 환경에 맞추어 설명하였을 뿐이다. 분명 ‘미케닉’이란 직업은 수십만 가지의 직업중 하나일 뿐이며 ‘일반적인 직업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점을 말하고 싶다. 직업을 필자는 크게 2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미쳐야’ 하는 일 다른 하나는 ‘미치지 않아도’ 하는 일. 미케닉은 전자의 경우라 생각한다. 미케닉이 되고자 하는 이들 모두에게 ‘여러분은 미케닉으로 성공합니다’ 라고 필자가 개런티 할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분명한 것은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할 때 그런 것을 극복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한번 도전 해보시기 바란다.
‘미케닉’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리하면 ‘모터 스포츠’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를 받지 않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만든 차로 우승을 한 드라이버가 관중들에게 환호를 받을 때 뒤에서 마음속으로 자축하는 사람들이고, 자신이 만든 차에 문제가 생겨 드라이버가 완주하지 못했을 때 모든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면이 여러분의 적성에 맞는 다면 여러분은 ‘좋은 미케닉’이 될 자질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것으로 ‘미케닉이 되는 길’ 의 연재를 마치려 한다. 분명 글 속에 필자는 ‘미케닉이 되는 구체적인 길’을 설명하지 않았다. 아니 ‘설명할 수 없었다’ 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는 분명 필자의 글 속에서 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의 경험을 나름대로 설명했고 ‘이런저런’ 경우들도 소개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설득력 없는 연설은 ‘나는 이렇게 못했지만 여러분들은 이렇게 해서 성공하십시오.’이고 가장 설득력 있는 연설은 ‘내가 이렇게 해서 성공했으니 여러분도 이렇게 하십시오’라고 한다.
그 동안 글을 읽어준 분 들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먼 훗날 필자의 글을 읽고 미케닉이 되었노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이 계시길 마음속 깊이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