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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아시아 라운드
 
관리자 [2004-08-20 ]

빼앗긴 시상대, 빼앗긴 트로피

3위하고도 어의없는 항의 때문에 10위로 굴러



8월14일 중국 북경의 골든포트 써키트(2.39Km)에서 열린 포뮬러BMW 아시아 제7,8전 예선에서 유경욱 선수는 각각 1분05초580과 1분05초802의 기록으로 4위에 올랐다. 자신의 기대보다 약간 못 미치는 예선결과여서 결승을 맞는 유경욱 선수의 각오는 남달랐다.

약간의 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시작된 7전의 경기는 'Compulsory Wet Race'가 선포되었다. Formula BMW의 규정 상 Wet Race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일반적인 Wet Race의 선포는 각 팀의 판단 하에 드라이 타이어나 레인 타이어 중 선택 장착할 수 있다. 하지만 'Compulsory Wet Race'가 선포되면 레인 타이어 장착이 의무사항이 된다.



이렇게 비가 약간 내리는 날의 피트는 항상 어떤 셋업을 하느냐로 고민을 하는 엔지니어와 엔지니어의 결정을 기다리는 미캐닉들로 바빠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경기 중 약간의 비가 더 내릴 것을 예상하고 'Intermediate Wet Set-Up'(조금 더 Wet Set-Up에 가깝게)을 선택했다.

4그리드에서 출발한 유경욱 선수는 스타트와 동시에 3위의 한스린(벨그라비아 모터스포츠)을 제치며 한 계단 올라섰다. 경기 초반 BMW 코리아 이레인이 선택한 셋업은 정확히 맞아떨어지며 몇 랩 후 바로 2위의 메디 버나니(Meritus)를 추월하고 1위 마치리(Meritus)의 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야속한 중국의 하늘은 대한민국의 청년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경기 초반 이후 완전히 멈춰버린 비에 트랙은 조금씩 본연의 회색 아스팔트를 드러내며 유경욱 선수를 괴롭혀왔다. 마치리와 1.5초 이내로 갭을 줄이며 선전하던 유선수는 조금씩 페이스를 잃으며 마치와 멀어져갔다. 설상가상으로 1랩 쳐지던 백마커에 막혀 마치와의 간격은 뒤집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트랙이 마를수록 엄청난 페이스를 보이며 뒤쫓던 한스린이 유선수의 바로 뒤에 붙은 것이다. 한스린과 숨막히는 접전을 벌이던 유경욱 선수는 결국 3랩을 남겨둔 18랩 째 3번 헤어핀 코너에서 뼈아픈 실수를 범하며 한스린에게 2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후 3랩 동안 순위의 변화 없이 7전은 막을 내렸다.

오후 2시 30분에 시작된 제 8전은 전 스탶들에게 절대로 잊지 못할 레이스가 되었다. 오전 경기와 달리 거의 다 마른 노면에서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파란불이 들어왔다. 오전 경기에 이어 빠른 스타트를 끊으며 튀어나간 유경욱 선수는 바로 앞의 2그리드에서 느린 출발을 한 메디 버나니에 가로막혔다. 결국 메디에 막혀 순위 상승에 실패한 유선수는 20랩 내내 힘든 경기를 치러야했다.

1,2위 다툼을 하던 마치와 한스린은 휠끼리 부딪히는 대접전을 벌이다 결국 마치가 코스아웃하며 하위로 쳐졌다. 메디의 뒤에서 계속 기회를 노리던 유경욱 선수는 결국 7전에 이어 다시 3위의 자리에 올랐다. 최소한 다들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자 메리투스의 팀 매니저 피터톰슨은 얼굴을 붉히며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챔피언십에서 단 한 경기도 내주지 않던 메리투스가 처음으로 우승을 놓친 것이다. 여기까지는 필자도 같은 팀 매니저로서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욕심은 아쉬워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한스린이 푸싱으로 마치를 코스아웃 시켰다며 공식항의서를 제출했다. 이때까지는 모두들 이 한 가지에 대해 항의를 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악명이 높은 피터톰슨은 유경욱 선수에 대한 공식항의서도 함께 제출했다. 공식 결과가 나온 이후에야 안 사실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포메이션랩 후 유경욱 선수는 자신의 위치인 4 그리드에 차를 멈췄다. 그리고 늘 하는 것처럼 그리드마샬(선수가 제 위치에 섰는지를 확인하는 오피셜 요원)을 쳐다보았다. 다른 때처럼 그 오피셜은 아무런 말없이 유선수를 쳐다보았다. 당연히 유선수는 자신의 위치가 제대로 되었다고 판단하고 정상적인 스타트를 한 후 경기에 임했다.

그러나 유선수의 차가 선을 조금 넘어서 있었다. 경기가 끝난 이후까지도 어떠한 오피셜에게도 스타트에 관한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다. 보통 차의 위치가 잘못되었으면 그리드마샬이 지적을 하고 그리드로 들어가 잘못 선 차량을 뒤로 미는 것이 일반적이다.(포뮬러에 앉아있는 드라이버는 트랙의 노면을 전혀 볼 수가 없다.) 하지만 FIA 규정집에 의하면 이것이 그리드마샬의 의무는 아니다.(사실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일단 스타트를 하고 나면 플라잉 스타트(빨간불이 꺼지기 전에 차량이 움직이는 것)가 아닌 다음에는 스타트를 가지고 문제삼지 않는 것이 보통의 모터스포츠의 관례이다.

이유는 위에서 말한 대로 드라이버가 전혀 노면을 볼 수가 없고 그리드마샬이 인정을 한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굳이 규정집을 놓고서 논한다면 분명 규정위반이 되지만 이것은 모터스포츠인들 사이의 '신사협정' 쯤으로 여겨지는 사항이다.

결국 피터톰슨은 이것을 시비로 공식항의를 하며 경기위원장에게 비디오 체크를 요구했고 경기위원장은 어쩔 수 없이 유경욱 선수에게 30초 페널티를 줄 수밖에 없었다. 원래 '스타트 잘못 - False Start'은 1분의 페널티이지만 경기위원장의 재량(자신의 판단에도 지나치다는 결론)으로 30초로 감하였다. 필자가 경기위원장에게 들은 것은 'I am sorry. I am really sorry about your driver but he did it anyway.'였다. 10년의 모터스포츠 경험에서 경기위원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런 분위기는 처음이었다.



결국 30초의 페널티로 3위에서 10위로 떨어지며 황당해하고 있는 우리에게 모두가 다가와 한마디씩 한다. 모터스포츠에서 30년을 일했지만 이런 페널티 받는 것은 처음 본다고. 영국, 독일, 일본인들 모두들 처음 보았다고들 한다. 참 황당한 순간이었다.

지혜로운 팀 매니저를 둔 덕분에 마치리는 8전에서 유경욱 선수를 밀어내고 4위를 차지하며 챔피언쉽 포인트도 57점 차이로 벌였고 팀메이트인 동시에 챔피언쉽 랭킹 3위의 메디 버나니는 2위 유경욱 선수와의 격차를 13점으로 줄였다.

필자는 유경욱 선수에게 받은 트로피를 다시 대회조직위원회에 반납하고 오라고 했다. 잔인한 필자의 행동에 어쩌면 유경욱 선수는 또 한번 울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힘없이 돌아서는 유선수에게 모터스포츠인들이 흔히 하는 말을 필자는 속으로 하고 있었다.

'그게 레이싱이야.'

출처 : www.autotimes.co.kr
김태종기자 ( klsm@auto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