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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망신 당한 미쉐린 타이어
 
관리자 [2005-06-22 ]

미국 F1 그랑프리 보이콧…타이어 안전성 보장 못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타이어 업체인 프랑스의 미쉐린이 ‘망신’ 수준으로 이미지를 구겼습니다. 또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자동차 경주 F1 대회는 관중들이 물병을 던지고 야유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세계 스포츠 역사상 가장 어처구니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번 사태는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에서 벌어진 자동차 경주 F1 시리즈의 일환인 미국대회에서 일어났습니다. 브릿지스톤 타이어와 함께 F1의 양대 타이어 공급 업체인 미쉐린이 대회 도중 “경기 중 타이어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문제는 시작됐습니다.

미쉐린의 타이어에 이상이 발견된 것은 17일 연습 주행때 토요타팀의 랄프 슈마허 경주차가 타이어 펑크로 큰 사고를 냈을 때입니다. 랄프 슈마허는 자동차 경주의 ‘황제’인 페라리 소속 미하엘 슈마허의 친동생입니다.

미쉐린은 사고를 낸 타이어를 부랴부랴 프랑스 연구소와 미국내 연구소에 보내 원인 분석에 들어갔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발견하지 못한 것입니다.

마침내 미쉐린은 자사 타이어를 장착한 팀들에게 결선 직전 “경주차가 고속 코너를 돌 때 타이어의 문제 때문에 드라이버의 안전성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고속 코너를 속도가 덜 나오도록 바꿔달라는 등의 합리적인 요청을 대회를 총괄하는 FIA(국제자동차연맹)가 거절했다”고 비난했습니다.

F1에 참가하는 10개 팀 중 미쉐린 타이어는 7개팀이 사용하고 페라리를 포함한 3개 팀이 브릿지스톤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결국 르노, 맥라렌-메르세데스, 윌리엄스-BMW, 토요타, 혼다 등 미쉐린 타이어를 사용하는 정상급 7개 팀(팀 당 경주차 2대씩 출전해 총 14대 경주차)들이 단체로 경기를 포기한 것입니다.


▲ 10만여명이 들어찬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경주장. 왼쪽 단 6대만 썰렁하게 출발선에 서있다. 오른쪽은 철수한 경주차들이 각팀 캠프앞에 서 있는 모습.

이들 소속 경주차들은 결선 직전 포메이션랩(본선 출발 직전 서킷을 미리 1바퀴 도는 워밍업 주행)을 한 직후에 출발선으로 이동하지 않고 각자 캠프로 철수했습니다. F1대회는 총 20대 중 14대 이상이 경기에 참가해야 대회가 취소되지 않고, 여기서 ‘경기’라고 하는 것은 포메이션랩부터 인정을 합니다. 즉 7개 팀은 일단 대회 자체가 취소되는 것은 막았지만 드라이버 보호와 FIA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실제 경기에는 나가지 않은 것이죠. 대회 도중 ‘단체 보이콧’이라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된 것입니다.

문제는 이날 경기를 보러온 10만명의 관중들이 경기 직전까지 이를 거의 모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외국에서 온 관광객도 포함되고 미국 대륙을 횡단해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거액의 돈을 주고 티켓(평균 100달러라고 합니다)을 샀습니다. 그런데 20대가 출발해 박진감 넘치는 스피드 경쟁을 기대했는데, 달랑 6대만 초라하게 서있다가 스타트 신호를 받고 출발한 것이죠. 페라리는 막강한 팀이지만 다른 2개 팀은 하위권입니다. 관중들 입장에서는 우롱당한 것이죠.


▲ 적게는 몇만원에서 많게는 백만원 정도를 주고 들어온 관중들이 야유를 퍼붓고 있다.


세계최고 수준의 스피드 싸움을 보러 온 관중들은 볼썽 사나운 모습에 야유를 하고 물병과 맥주병(?)을 던졌습니다. 심지어 ‘X먹어라’라는 항의 푯말까지 등장했습니다. 경기 도중에 관중 대부분이 빠져나가고 막판에는 겨우 수천명만 지켜봤습니다.

이번 사태의 후유증은 상당히 심각하고 오래갈 것 같습니다. 먼저 미쉐린 타이어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받을 것 같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F1 미국 대회가 열린 서킷의 책임자는 경기가 끝나자 언론에 미쉐린의 인터넷 주소를 공개했다고 합니다. 이날 미쉐린 모터스포츠의 공식 홈페이지가 다운됐다고 합니다. 아마 항의차원으로 전세계에서 접속이 폭주한 모양입니다.

게다가 외신에 따르면, 20일까지 미쉐린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거부하면서 “FIA에서 우리가 제안한 합리적인 대안들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죠. 또 “우리 결정은 프로페셔널했으며 안전을 우선시하는 책임감 있는 결정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세계적인 타이어 업체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경기를 보이콧한 7개 팀들은 관중과 시청자들에게 공동으로 정식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 환불을 요구하는 관람객 모습.

FIA가 미쉐린의 두 가지 제안을 거부한 것은 규정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FIA의 올해 규정 가운데 ‘본선 경기 중 타이어 교체 금지’라는 규정에 대해 많은 팀들이 불만을 갖고 있었습니다. 또 이번 사태가 이렇게 된 데에는 FIA가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았다는 측면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은 미쉐린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입니다. 특히 코스 변형 외에 다른 타이어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미쉐린의 두번째 요구도 올해 FIA 규정에 분명히 어긋나기 때문이죠. 올해 처음 열린 대회도 아닌데 미쉐린의 이러한 태도는 자신의 ‘실패’에서 야기된 사태를 남에게 떠넘기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한편 미국 주최측은 미쉐린과 FIA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관중들을 위해 (환불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허비하고 “속았다”고 믿는 관중들이 과연 환불 정도로 분노를 풀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이번 미국 대회는 단 6대만 경기에 참가해 ‘황제’ 미하엘 슈마허가 그토록 원하던 시즌 첫승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시상대에 오른 그는 유쾌한 표정이 아니었고 샴페인 세리모니도 안하고 바로 내려갔습니다. 올 시즌은 정말 ‘황제’에게 운이 안따르네요.

/경창환기자 chkyung@chosun.com
출처:조선일보&디지털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