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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미디어 관심 부담 ‘우승 악재’로 작용”
 
관리자 [2006-01-09 ]

아시아의 자존심 ‘이레인’, 포뮬러BMW 월드화이널서 가능성 확인
지난 2005년 12월 13일부터 16일까지 바레인의 샤키르 경기장에서는 전 세계의 4개 포뮬러 BMW 챔피언쉽이 모여 역사상 최초의 포뮬러 BMW 월드 화이널이 열렸다.

2002년 처음 시작한 독일 시리즈와 2003년 뒤를 이은 아시아 시리즈, 2004년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미국과 영국 시리즈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진정한 포뮬러 BMW 최강자를 가리고자 열린 것이 바로 이 월드 화이널이다.

아시아에서는 시리즈 챔피언 살만 알 칼리파(바레인, 24)와 아만 이브라힘(인도, 16)이 이레인으로 출전했고 하메드 알 파단(바레인, 18)과 로버트 부기(태국, 24)가 메리투스에서 출전했다.



각 챔피언쉽별 참가자 수는 독일과 영국에서 각각 12명, 미국에서 8명 그리고 아시아에서 4명이다. 미국 시리즈 챔피언인 리차드 필립을 제외한 독일, 영국, 아시아의 챔피언은 모두 참가했다.

12월 11일 처음 경기장에 도착해 컨테이너에서 짐을 내리고 피트와 차량을 준비할 때 분위기는 참 묘했다. 모든 미디어를 비롯한 바레인 국민들은 당연히 아시아 챔피언이면서 바레인왕족인 살만이 속해있는 이레인의 편(?)이었고 유럽과 미국에서 온 경쟁 팀들과 선수들은 아시아 팀인 우리를 그들의 상대로는 보지 않는 듯한 눈빛이었다.

첫 월드 화이널에 참가하는 이레인의 모든 선수와 팀원들은 오래전부터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마음속 깊이 해왔다. 세계 모터스포츠 속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모두가 아는 것처럼 그다지 크지 않다.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인 F1에서 아시아 선수는 한 시즌에 한명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 정도이다. 그들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F1 역사상 아시아 선수가 시상대에 오른 것은 극히 드문 일이며 2004년 사토 타쿠마를 비롯해 일본 선수들이 오른 3위가 최고의 성적이다.

현재 확정된 2006년 F1 10개 팀의 드라이버 라인업에 2005년에 참가하던 유일한 아시아 선수들인 사토와 나래인 카디키엔이 빠져있는 것도 아시아인으로서는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아시아 챔피언의 자격으로 출전한 살만이나 A1 그랑프리에 출전하며 기량을 한껏 키운 열여섯 살의 수퍼 루키 아만이 이 경기에 참가하며 가진 생각은 남들과 또 달랐을 것이다.

참가팀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필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레인 참 많이 컸다.’ 왜냐하면 유럽 팀들의 대부분은 마카오 F3 그랑프리나 창원 인터내셔널 F3 수퍼프리에서 들어본 이름들이기 때문이었다.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렇다고 절대 기죽을 수는 없었다. 어차피 같은 조건으로 한번 붙는 것, 너희 모두를 놀래게 해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이런 우리의 생각은 첫 공식 연습이 끝나고 현실로 이루어지는 듯했다.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시하는 공식 연습에서 그룹 1의 가장 빠른 랩은 독일 챔피언인 니콜라스 휠켄버그(18, 독일 Josef Kaufmann Racing)의 1'27"598 이었다. 살만과 아만은 모두 그룹 2에 속해있었고 그룹 2의 베스트 랩은 살만이 기록한 1'27"846 이었다. 그룹1의 연습 시간은 오후 12시부터 1시간이었고 그룹 2는 가장 뜨거운 시간인 1시 15분부터 1시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거의 비슷한 초라고 판단했다.

첫 번째 공식 연습이 끝난 후 우리 팀의 분위기는 당연히 하늘을 찌를 듯했다. 벌써 우승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유럽과 미국의 모든 팀들도 우리 피트를 두리번거리며 의아한 눈빛과 동시에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우리에겐 악재로 작용했다. 상상해보라. 바레인 선수가 그것도 왕족인 선수가 바레인에서 열리는 포뮬러 BMW 세계 챔피언쉽의 연습 결과지 맨 꼭대기에 이름이 올랐을 때 미디어들이 그에게 쏟을 관심을. 게다가 바레인 인구의 약 30% 정도가 인도 출신이다. 우리 피트는 곧바로 인터뷰장이 되었고 팀원의 몇 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결국 이러한 분위기는 우리 드라이버들과 팀원들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고 말았다. 천천히.



두 번째 공식 연습에서 살만은 첫 연습보다도 떨어진 1'28"276을 기록하며 10위에 머물렀고 첫 세션에서 8위에 올랐던 아만은 9위를 기록했다. 다음날 벌어진 마지막 연습 세션에서도 살만은 1'28"026으로 여전히 자신의 베스트에 오르지 못하며 8위를 머물렀고 아만은 처음으로 27초대를 기록하며 5위에 올랐다.

여기서 잠깐 월드 화이널의 경기 방식을 살펴보자. 이 경기에 참가한 36명의 드라이버들은 18명씩 두 그룹으로 나뉜다. 각 그룹은 1시간씩 3번의 공식연습을 하고 역시 그룹별로 30분의 예선을 갖는다. 이 예선 결과 각 그룹에서 가장 빠른 랩을 기록한 두 드라이버가 이른바 ‘수퍼 폴’이라는 F1 방식의 예선 대결을 펼친다. 이 수퍼 폴의 승자와 그가 속한 그룹의 예선 순위 홀수의 드라이버들이 다시 A조가 되고 수퍼 폴의 패자와 그가 속한 그룹의 예선 순위 홀수의 드라이버들이 B조가 된다. 수퍼 폴 승자 그룹의 예선 순위 짝수가 C조, 패자 그룹의 예선 순위 짝수가 D조가 된다.

이렇게 예선 결과에 따라 나뉜 4개조는 조별로 15랩의 히트를 치르는데 모두 6개의 히트를 치러 각 조는 3번씩 참가하게 된다.(A:B A:C A:D B:C B:D C:D) 이 여섯 번의 히트 결과에 따라 각 드라이버들은 프리 화이널에서의 출발 그리드를 받는다. 즉 이 히트들이 프리 화이널의 예선이 되는 셈이다. 프리 화이널에는 36명의 모든 드라이버가 참가하고 22랩의 경기를 펼치게 된다. 다시 이 프리 화이널의 결과에 따라 최종 경기인 월드 화이널(25랩)의 출발 순서를 정하게 되는 것이다.

좀 복잡하긴 하지만 한번의 운으로 좋은 성적을 내거나 한번의 실수로 기회마저 잃는 경우를 최대한 방지한 나름대로 괜찮은 경기 진행 방법이다.




14일 열린 예선에서 그룹 1의 폴포지션은 예상대로 휠켄버그가 차지했고 그룹 2에서는 로버트 위켄스(16, 캐나다 Team Autotecnica)가 차지했으나 예선 도중 떨어져 나간 밑판이 없어 최저 중량 미달로 실격당했다. 아만은 자신의 베스트에 조금 못 미치는 1'28"005를 기록하며 7위에 올랐고 살만은 자신의 기록 중 가장 떨어지는 1'28"495로 14위에 머물렀다.

휠켄버그와 세바스찬 부에미(17, 스위스 ASL Team Muecke motorsport)가 맞붙은 수퍼 폴에서는 휠켄버그가 부에미를 앞서며 강력한 우승후보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 수퍼 폴의 결과로 아만은 B조에 살만은 D조에 각각 배정되어 히트를 치렀다.

15일 하루 종일 치른 6번의 히트에서 아만은 자신의 히트 세 번을 각각 6, 10, 5위로 마쳤고 세 번의 히트를 모두 후미(14 그리드)에서 출발한 살만은 13, 9, 7위로 마쳤다.

히트가 모두 끝난 시점에서 아만은 포인트 12위였고 살만은 19위였다. 두 드라이버 모두 히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많이 위로 올라온 것이다. 한편 1위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마르코 홀쩌(17, 독일 AM-Holzer Rennsport Gmbh)가 차지했다. 홀쩌는 독일 포뮬러 BMW 시리즈 13위로 월드 화이널 전 그 누구의 우승후보 리스트에도 올라있지 않았던 선수였다.




대회 마지막 날인 16일에는 프리 화이널과 대망의 월드 화이널이 열렸다. 예선이나 히트의 결과에서 보여준 대로 실력이 비슷한 드라이버들의 경기 상황에서의 추월은 절대 쉽지가 않다. 필자는 드라이버들에게 무리하지 않고 경기에 임하지만 기회가 있으면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을 주문했다.

아침 10시 50분에 시작된 프리 화이널에서 아만과 살만은 자신들의 기량을 한껏 발휘했다. 12위로 출발한 아만은 경기 초반부터 몇 대의 차량을 추월하며 4랩 째에 이미 7위로 올라섰고 19그리드에서 출발한 살만 역시 쭉쭉 치고 올라오며 9랩 째에는 12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살만은 13랩 째에 무리를 하다 사고로 리타이어하고 말았다. 7위로 경기를 마친 아만은 중반 이후 차량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팀 피트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살만 차량의 사고부위를 수리해야했으며 아만의 데이터 분석에 나섰다.

아만의 차량은 엔진에 문제가 있었다. 월드 화이널까지 불과 2시간이 남은 시점에서 엔진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것이었다. 아만의 아버지와 필자, 팀의 엔지니어인 패트릭이 논의를 한 끝에 내린 결론은 엔진 교환이었다.

문제가 있는 엔진으로 경기에 참가할 경우 7위로 출발해 15위 정도로 경기를 무사히 마칠 수야 있겠지만 이것은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엔진 교환이 제 시간에 이뤄질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일단 시도해 보기로 했다. 미캐닉 3명이 붙어 엔진 교환 작업에 들어갔고 살만의 차량은 그 나름대로 사고 수리에 들어갔다.




모든 팀원이 하나가 되어 움직였지만 심적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의 두 시간은 절대 긴 것이 아니었다. 엔진 교환이 끝난 것은 피트게이트가 닫힌 후 10분이 지나서였다. 피트게이트가 닫히고도 30분간 각종 이벤트가 진행되는 것을 본 우리는 착잡하고 주최 측이 원망스러웠지만 규정은 규정이다.

살만은 프리 화이널에서의 사고로 인해 31그리드에서 출발을 했고 아만은 피트 게이트에서 피트 스타트를 했다. 월드 화이널은 진행에 약간의 문제점을 보였다. 25랩 경기의 거의 절반인 11랩을 세이프티 카 랩으로 치른 것이다. 세이프티 카가 두 번 나왔는데 처음 나온 것은 살만과 다른 차량이 3랩 째에 추돌한 사고 때문이었다.

5랩 동안 선두에서 차량들을 이끈 이 세이프티 카가 들어가는 10랩에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선두에 있던 휠켄버그가 세이프티 카가 들어가고 메인 아치에 파란불이 들어왔는데도 출발을 안 하고 사행 주행을 하는 바람에 후미 차량들이 뒤엉켜 많은 차량이 사고에 휘말리고 말았다. 결국 다시 세이프티 카가 투입되고 모든 것이 정리된 16랩에서야 정상적인 경기가 진행되었다.

아만은 피트 스타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세이프티 카가 나올 때 이미 23위로 올라섰고 재 스타트에서 다시 19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경기가 속개되었을 때 차량의 전기 계통에 다시 이상이 되어 결국 19랩 째에 리타이어하고 말았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지켜보는 모든 이를 안타깝게 한 순간이었다.

체커기는 휠켄버그, 홀쩌, 부에미의 순서로 받았으나 경기가 끝난 후 열린 경기 심사위원회에서 재 스타트 시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사고를 유발한 휠켄버그에게 10초의 페널티를 부과해 홀쩌, 부에미, 휠켄버그가 각각 1,2,3위로 공식 발표되었다.





이렇게 역사상 최초의 월드 화이널은 막을 내렸다. 결과로 놓고 보면 아시아 챔피언쉽은 참담한 성적을 안았고 독일 챔피언쉽의 독점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 내용을 놓고 보면 그렇지만은 않았다.

유럽과 미국 시리즈의 많은 이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며 매 세션 우리 드라이버들을 주목했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오히려 의기소침해 있는 우리 드라이버와 팀원들에게 다가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며 정말 멋있었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Sometimes you win, sometimes you lose. It is a race.'라는 모터스포츠에서 흔히 쓰이는 문구와 함께.

우리의 첫 월드 화이널 도전은 이렇듯 아쉬움을 뒤로한 채 끝나고 있었다. 마음속에선 ‘정말 제대로 보여줄 수 있었는데...’라는 터질 듯한 복받침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도 우리가 더 크기 위해서 넘어야 할 것임을 가슴속 깊이 새겨 넣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필자는 우리 팀이 항상 주장하는 문구를 입에서 되뇌며 다시 한번 다짐했다. 꼭 꿈을 이루겠다고.

'Won in Korea, wins in Asia, will win in the World.'

/전홍식 감독(BMW코리아-이레인) bigfoot69@hanmail.net, 출처:오토레이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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