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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레이서 자나르디…살아난 기적의 질주본능
 
관리자 [2003-05-24 ]

지난 10일 CART월드시리즈가 열린 독일 동부 라우시츠 유로스피드웨이.



타원형 경기장을 둘러싼 수만명의 관중이 단 한 대의 경주차가 달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평균시속 370㎞로 질주하던 이 경주차가 정확히 13바퀴를 달린 뒤 멈추자 관중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기다리고 있던 동료 카레이서에게 둘러싸여 감격의 박수를 받은 주인공은 이탈리아의 알렉스 자나르디. 초고속 레이싱카를 다룬 그는 놀랍게도 두 다리 대신 의족을 붙인 장애인이었다.

자나르디는 바로 이 경기장에서 1년6개월 전인 2001년 9월16일 경주차가 두 동강 나는 대형참사로 다리를 잃었다. 타이어를 바꿔 끼우고 트랙으로 나가던 중 고속질주하던 알렉스 타길리아니의 경주차와 90도 각도로 정면충돌한 것이 원인이었다. 사고 직후 인근 클리니쿰 베를린-마짠 병원으로 긴급후송돼 목숨은 건졌지만 레이서의 생명과도 같은 두 다리는 이미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됐다.

비극을 만나기 전 자나르디는 CART시리즈에서 두 차례나 월드챔피언에 오른 최정상급 스타였다. 그러나 10여년간 전세계의 자동차경주장을 누볐던 레이스 영웅은 자신을 덮친 운명의 장난에 굴하지 않았다. 의식을 회복하고 첫 번째로 응한 인터뷰에서 자나르디는 “다시 트랙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고 1년6개월 만에 참사의 현장에서 그 약속을 지켜냈다.

아내 다니엘라와 아들 니콜로의 응원 속에 힘겨운 재활을 견딘 그는 기적적 회복속도를 보이며 일상생활로 복귀해 얼마 전부터 장애인용으로 개조된 승용차에 가족을 태우고 운전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10일의 기념비적 레이스는 사고 당시 미처 달리지 못하고 남겨둔 13랩을 1년6개월 만에 마칠 수 있도록 배려한 후원사와 전 소속팀의 배려로 이뤄졌다. 그의 경주차는 겉모양은 2001년 당시와 같지만 내부는 손으로만 조작하도록 바뀌었다.

이조차도 자니르디에게 핸디캡이 되지 못했다. 두 발을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나르디가 기록한 최고 랩타임은 37초487. 현역 당시 본인의 기록보다 빠를 뿐 아니라 정식 출전했다면 예선 5위권에 해당하는 스피드였다.

자나르디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13바퀴였다”며 “2001년 피 묻은 트랙에서 헬리콥터로 실려간 모습을 본 사람들에게는 기적으로 여겨지겠지만 매일매일을 새로운 희망 속에 살아온 내게는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자나르디는 사고 후 자신의 이름을 딴 알렉스 자나르디 재단을 설립,아프리카의 작은 국가 마다가스카르의 불우 어린이 대상 학교를 건립하는 등 사회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김재호 tifosy9@sportstoday.co.kr
출처: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