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말레이시아의 세팡 경기장에서 JGTC(Japan Grand Touringcar Championship)의 서포트 레이스로 치러진 포뮬러 BMW 3, 4전에서 유경욱 선수(22, BMW Korea E-Rain)는 꿈꾸던 시상대의 가운데 자리를 다시 한번 마치 리(홍콩, Meritus)에게 넘겨주며 다음으로 미뤘다.
6월 18일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작한 예선 경기에서 유경욱은 각각 2위와 1위를 기록했다. JGTC의 서포트 레이스로 치러지기 때문에 1번의 예선만을 갖고 베스트랩과 두 번째 베스트랩으로 각각 레이스1과 레이스2의 그리드를 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 경기전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던 유경욱.
예선 시작 후 10분이 지나자 비가 그쳤으나 트랙은 여전히 젖어있었다. 비가 올 때의 예선이 항상 그렇듯 순위는 계속해서 엎치락뒤치락했다. 30분 내내 1위에 오르내리던 유경욱은 마지막 랩에서 다른 차량에 막혀 1초 이상의 손해를 보았으나 2’35”871의 기록으로 첵커기를 받으며 랩보드의 가장 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약 2분 뒤에 첵커기를 받으며 피니쉬 라인을 통과한 한스 린(대만, Belgravia Motorsport)이 클리어 랩(막히지 않고 완벽하게 자신의 기량대로 끊어낸 1랩)을 기록하며 2’35”593으로 레이스1의 폴포지션을 차지했다.
▲ 유경욱은 비가 내린 예선에서 생애 첫 폴포지션을 차지했다.
하지만 30분 내내 1위를 오르내린 유경욱이 두 번째 베스트 랩에서는 2’36”499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한 하메드 알 파단(바레인, Belgravia Motorsport)과 마치 리의 2’37”180과 2’37”840을 크게 앞서며 경기 참가 이후 첫 폴포지션을 차지했다. 이날의 폴포지션은 유경욱의 첫 폴포지션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드라이버의 국제 포뮬러 참가 사상 최초의 쾌거였다.
예선에서 유경욱의 파이팅은 세팡 경기장에 모여있던 모든 사람들, 특히 JGTC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 유경욱은 비가 내린 예선에서 생애 첫 폴포지션을 차지했다.
전날 예선과는 전혀 다른 말레이시아 특유의 쏟아지는 햇빛과 무더위 속에서 포뮬러 BMW 3전은 예정보다 늦어진 12시 30분에 시작됐다. 예선 마지막 랩의 아쉬움으로 2그리드에 포진하며 첫 우승을 노리던 유경욱은 스타트에서 순위를 고수하고 첫 랩을 돌 때 차량에 이상이 있음을 알았다. 코너에서 1위를 계속 몰아붙이면 직선에서 다시 벌어지는 것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경욱의 뒤에는 언제든지 시상대를 노리는 마치 리와 같은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직선에만 나오면 따라붙어 인, 아웃을 노리는 이들 때문에 정상적인 주행을 하지 못하고 방어하는 라인을 고집했다. 하지만 직선의 한계를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4위까지 쳐졌다. 이 때 유경욱을 넘어 2위로 달리던 메디 버나니(모로코, Meritus)가 자신의 욕심을 이기지 못하고 3랩째에 선두인 한스 린을 1번 코너에서 푸싱하며 동반 자살의 길을 택했다. 유경욱에게는 불행 중 다행으로 덕분에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 1. 유경욱(앞)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마치리(뒤).
▲ 2. 유경욱은 경주차 이상으로 직선주로에서 마치리(가운데)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3전이 끝나고 BMW Korea E-Rain의 전 미캐닉 팀은 모여서 회의를 시작했다. 데이터 상으로도 엔진의 출력은 많이 떨어져 있었다. 실링에 문제가 있어 윤활계통에 문제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레이스1이 끝난 시간은 1시, 검차장에서의 대기 시간 30분, 레이스2의 시작 시간인 2시 45분까지는 이제 1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드라이버를 비롯한 모든 미캐닉들은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레이스2에서 유경욱의 친형인 치프미캐닉 유경사를 비롯한 모든 미캐닉들은 사상 처음으로 폴포지션에서 출발해 직선에 나와서 추월당하고 다시 코너에서 추월하는 안타까운 30분을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유경욱은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1Km에 가까운 직선을 2개나 가지고 있는 세팡 경기장은 엔진에 문제가 있는 이 대한민국 청년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결국 4위로 쳐졌으나 유경욱의 재치로 3위에 다시 올랐다. 마지막 코너에서 황색기가 나오자 뒤에 붙은 드라이버의 가속 포인트를 늦추기 위해 살짝 브레이킹을 하는 사이, 이를 눈치 채지 못한 한스 린이 유경욱을 추월하며 결국 경기 후 황색기 구간 추월로 1분의 페널티를 받으며 하위로 쳐졌다.
▲ "체커기 받고 태극기를 휘날리며 주행하고 싶었는데..."
경기가 끝난 후 유경욱은 레이싱 수트에서 무언가를 꺼내 슬그머니 사라졌다. 가서 확인해보니 바로 태극기였다. 필자의 가슴이 뭉클해지며 깊은 속에서 무언지 모를 것이 눈을 통해 나왔다. 아직도 유경욱이 등을 돌리며 하던 말이 귓가를 울린다.
‘체커기를 받고 태극기를 휘날리며 주행하고 싶었어요. 시상대에서도 흔들고 싶었어요.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죠...’
경기화보...
▲ 말레이지아로 출국하기전 필승을 다짐하는 Team E-Rain
▲ 숙소인 Hyatt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E-Rain 팀 멤버들
▲ F-BMW에 참가하는 모든 드라이버들
▲ 연습중에 사진기를 보자 포즈를 취하는 민재현 메케닉과 전홍식 부장님
▲ 연습중 모습들...
▲ 유경욱선수의 인터뷰 모습
▲ E-Rain의 드라이버였던 주대수 선수 모습 (JGTC 300 LeyJUN 팀)
▲ E-Rain의 메케닉이였던 다케시마와 함께..(JGTC 500 Takata Dome 팀)
▲ E-Rain의 메케닉이였던 다케시마와 함께..(JGTC 500 Takata Dome 팀)